(박기자의 쓴 소리) 교육자의 거짓말
어느 인터넷포털 사전에서 ‘거짓말’을 찾아보면 1.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 대어 말을 함. 또는 그런 말. 2.전과는 아주 딴판이라는 뜻풀이가 나온다.
이 거짓말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사회적 평가가 달라진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해야 진짜 정치인’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는가 하면 ‘공직자의 거짓말은 망국의 근원이다’는 제목의 컬럼도 있다. 그렇다면 국가의 백년지대계를 맡은 교육자의 거짓말은 어떨까? 우리 사회에서 거짓말을 가장 금기시 해야 할 직종은 교육자로 교육자의 거짓말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지탄받는 행동일 것이다.
기자는 의령군으로부터 영유아보육기관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기관의 장으로부터 거짓말을 그것도 두 번이나 연거푸 들었다. 지난해 갑질 논란으로 근무하던 보육교사들의 무더기 사직으로 물의를 빚었다가 올해 3월에는 채용비리 의혹까지 불거졌던 어린이집 김모 원장으로부터였다.
김 원장이 첫 번째 거짓말을 한 것은 올해 2월이었다. 새로 채용된 교사들이 지난해 연말 어린이집을 방문한 사실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원장은 “국공립(어린이집)은 공고를 통해서만 모집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결코 그런 사실이 없다”며 부인했었다. 물론 기자는 이미 사실을 확인하고 찾아간 터라 거짓말이라고 믿었지만 자기방어이자 반론으로 여기고 그대로 기사에 썼다. 관련기사<http://www.uiryeongsori.com/jm_bbs/bbs/board.php?bo_table=jm_newstotal&wr_id=811>
두 번째 거짓말은 지난 6일에 있었다. 새로 근무하고 있는 교사들의 취재 아닌 면담요청으로 문제의 어린이집을 다시 찾았다. 한 차례 풍파가 지나간 뒤라 어린이집이 안정을 되찾았는지 확인도 할 겸, 김 원장이 CCTV 화면 제보자를 색출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 더 이상 논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김 원장에게 당부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두 귀를 의심케 하는 김 원장의 두 번째 거짓말이 그랬던 기자의 의도를 한방에 날려버렸다. 김 원장은 이번엔 첫 번째 거짓말을 완전히 뒤집는 거짓말을 했다. “신규교사 채용공고를 내기 전 교사들을 만났다”면서 “교사들을 만난 적이 없다고 말한 적이 결단코 없다”는 것이다. 기자가 기억을 잘 못할 수도 있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확신하느냐고 두세 번을 되물었지만 김 원장은 정색을 하면서 결단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면서 증거가 있으면 확인해보자고까지 했다.
그러면서 김 원장은 자신과 관련된 사건에서 모두 무혐의를 받았으니, 자신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더 이상 후속보도를 하지 말아 달라고 했으며 보도된 기사를 내려 달라고도 했다. 김 원장의 그런 당당한 태도는 기자에게 법적인 책임을 면했으니 나는 떳떳하고 모함을 받았을 뿐이라는 뜻으로 읽혔다. 동시에 김 원장이 고용노동부와 학폭위, 경찰조사에서 기자에게 한 것처럼 거짓말을 했을 수 있겠다는 의심이 꼬리를 물었다.
자신이 했던 말이 거짓임을 스스로 시인하는 또 다른 거짓말을 태연하게 하는 상대와 더 이상의 대화는 불가능하다고 여겨 어린이집을 나서는 기자의 입에서 “이번엔 내가 원장님을 고발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도 모르게 저절로 터져 나왔다.
어느 조직이든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조직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리더는 최종적으로 책임을 져야한다. 그 책임은 법적 책임일 수도 있고 도덕적 책임 또는 사회적 책임일 수도 있다. 그래서 리더를 책임자라 부른다. 전후 사정이야 어찌됐든 ‘갑질 논란’에 ‘아동학대’ ‘채용비리 의혹’까지 일었던 교육기관의 책임자로서 법적 책임을 면했다고 도덕적 책임, 사회적 책임에서도 벗어났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교육자가 책임지는 자세인가?
자기성찰과 반성은 고사하고 그때그때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김 원장의 태도는 기자로 하여금 교육자의 양심은커녕 교육자로서의 자질마저 의심케 했다. 김 원장과 같은 교육자로 인해 많은 선량한 교육자가 억울하게 도매급으로 욕을 먹는 것이다. 의령군도 관리감독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 원장에게 5년이나 공공보육기관을 맡기면서 의령군이 과연 제대로 자질검증을 했는지도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