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해서 못 살겠습니다’ … 폭염 속 군청 앞 1인시위
21년전 L씨 대신 바지사장으로 옥살이
출소 후 ‘나 몰라라’ … 패륜적 행태에 분노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사람을 기진맥진하게 만드는 땡볕 속 의령군청 앞. 이달 초부터 한 군민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대자보를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대도시 법원이나 검찰청 등에서는 흔한 일지지만 의령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다.
의령읍에 사는 정용효씨다. 정씨가 밝힌 사연은 이렇다. 2003년 당시 모 레미콘 대표 L모씨가 의령읍에 모텔을 지으면서 하청업자인 자신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웠다. 공사기간 2년 동안 정씨는 한 푼의 돈도 받지 못했지만 밀린 공사대금을 주겠다는 L씨의 요구로 완공된 모텔의 명의를 L씨에게 넘겼다.
그러나 L씨는 다른 하청업체에도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모든 책임은 명의자였던 정씨에게 돌아왔다. 정씨는 보상금과 공사비 등을 받는 조건으로 L씨 대신 죄를 다 뒤집어쓰기로 하고 법정구속되어 마산교도소에서 옥살이를 했다.
하지만 정씨가 실제 L씨로부터 받은 돈은 4,300만원이 전부였다. 정씨는 L씨가 자신에게 지급해야할 금액이 L씨가 약속한 보상금 1억과 못받은 공사비 4,600만원, 밀린 세금 2,100만원 등 1억6,700만원이라면서 지금까지 이 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씨는 L씨의 배신행위로 21년 동안 신용불량자로 살고 있으며 공항장애, 우울증, 분노조절장애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정씨는 동네동생인 자신을 이용해 L씨가 이 같은 파렴치한 짓을 했을 당시 나이가 고작 30대였다면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21년 동안 어떻게 부를 축척했는지 알리기 위해 1인 시위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정씨는 기자에게 “L모씨가 누구인지 말할 순 없지만, 의령에서 워낙 유명한 인물이라 누구인지 다들 짐작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나와 L씨의 사건 또한 의령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지만 그런 일이 있었다는 소문으로만 알려지거나 사실자체가 왜곡돼 있었다”면서 “내가 당한 일을 똑바로 알려 더 이상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또 이 억울함을 풀지 않고서는 미칠 것 같아 거리에 나섰다”고 억하심정을 토로했다.
<본지는 정씨가 지목한 L씨가 누구인지, 주장하는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정씨로부터 당사자로 지목된 L씨가 본인이라고 생각하시는 분께서 연락을 주시면 추후 입장을 보도해 드리겠습니다>